소장님 동화 - 2016년 월간유아 5월호 "친구야, 미안해"

본문
친구야 미안해
이규원
옛날 옛날 깊은 산속에 동물 마을이 있었어요.
올빼미가 염색집을 차려놓고 외쳤지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색으로 칠 해 드리니 모두 오세요!”
하얀 새가 날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올빼미님, 저를 파란색으로 칠 해 주세요.”
“네, 네. 파란색으로 칠 해드리죠.”
“어머! 예뻐라! 난 이제 파랑새야. 파랑새. 행복을 전 해 주는 파랑새. 올빼미님, 고맙습니다.”
파랑새는 하늘 높이 날아갔어요.
아기 뱀이 기어 왔어요.
“올빼미님, 저도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칠 해 주세요.”
“네, 네. 빨강, 노랑, 초록, 알록달록 멋지게 칠 해드리지요.”
올빼미는 열심히 칠을 해 주었어요.
“오우, 예! 난 아름다운 아기 뱀. 고맙습니다.”
아기 뱀은 기분이 좋아 고개를 세우고 기어갔어요.
이번엔 말이 달가닥, 달가닥 달려왔어요.
“올빼미님, 저도 변신하고 싶어서 왔어요.”
“오, 말님, 제가 멋지게 칠 해드리죠. 등을 제게 돌리세요.”
올빼미는 말의 등에 줄무늬를 멋지게 그렸어요.
“히히잉! 얼룩말이 되었네! 고맙습니다. 올빼미님.”
얼룩말은 신이 나서 산속을 힘차게 달리며 외쳤어요.
“여러분! 나를 보세요. 멋진 얼룩말이 되었습니다!”
산속에는 하얀 까마귀가 살고 있었어요.
옛날에는 까마귀의 털이 하얀색 이였어요.
“나는 숲속의 멋쟁이죠. 하얀 까마귀! 내 모습 보면 모두 깜짝 놀라지요. 나는 숲속의 멋쟁이 하얀 까마귀!”
까마귀는 늘 자기의 하얀 털을 자랑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친구들의 몸이 바뀌는 걸 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한번 변신 해 볼까?’
까마귀는 올빼미를 찾아갔어요.
“올빼미님, 당신이 칠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왔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칠 해 주세요.”
“무슨 색으로 칠 해 드릴까요?”
“빨강색으로 칠 해주세요. 아니, 잠깐, 파랑색으로 칠하세요. 아니, 노란색으로. 아니, 아니, 무늬를 넣어서... 알록달록...더 멋지게...”
까마귀의 말대로 이색저색 칠하다 보니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에잇, 나도 모르겠다...’
올빼미는 땀을 흘리며 마구 칠을 했어요.
“아니? 이게 뭐야? 새까만 색이잖아?”
화가 난 까마귀는 부리를 세워 올빼미를 쪼아대기 시작했어요.
“아이쿠, 아파!”
“멋진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까악! 까악!”
“아이쿠, 무서워. 숨어야지.”
그 뒤로 올빼미는 까마귀를 피해 낮에는 꼭꼭 숨어 있다가 밤에만 움직였어요.
어느 날 동물마을에 잔치가 얼렸어요. 동물들이 모두 모였지요.
이 소식을 늦게 들은 까마귀는 날개를 쫙 펴고 날아 왔어요.
“어머! 저기 까마귀 좀 봐. 참 멋지다!”
“파란하늘에 까만 새! 그림도 멋있다!”
“이름하고 몸 색하고 같으니까 더 좋다.”
“정말? 내 까만색이 좋아 보여?”
“그럼, 정말 멋져!”
친구들의 칭찬을 듣고 보니 올빼미 생각이 났어요.
“내가 올빼미에게 너무 했어. 사과 해야지...”
“그래, 그래. 잘 생각 했어.”
그날 밤 까마귀는 올빼미를 찾아 갔어요.
“올빼미야, 미안해. 내가 너무 했어.”
“아니야, 내가 미안해.”
“이제부터 낮에 우리와 함께 놀자.”
“아니야, 난 밤의 세계가 더 좋아. 달님과 별님, 그리고 벌레들의 노랫소리... 난 아름다운 밤이 좋아.”
“알았어.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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