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님 동화 - 2016년 월간유아 2월호 '감기 걸린 아기 두더지'

본문
감기 걸린 아기 두더지
이규원
땅속 나라에요.
여기저기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어요.
‘새근새근‘
‘콜콜…’
‘쿨쿨…‘
‘드르렁, 드르렁…’
아기두더지가 눈을 떴어요.
“엄마, 봄이 왔나요?”
“아니, 봄은 아직 멀었단다. 더 자야 돼”
“잠이 안 와요. 밖에 나가다 올게요.”
“안 돼, 감기 걸리면 큰일 나요. 봄에 유치원에 가야지.”
“난 유치원 안 갈래요.”
“왜? 유치원이 얼마나 좋은 곳인데…”
“저번에 유치원에 갔을 때 친구들이 자꾸 ‘들쥐, 라고 불렀어요.”
“그건 아직 너를 몰라서야. 유치원 입학하면 ‘두더지, 이름표를 달아 줄 거야.”
“그럼 갈래요. 유치원에는 장난감도 많고 친절한 선생님도 계시고 그리고 땅위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 잠을 한 번만 푹 자고나면 갈 수 있어.”
“엄마, 땅위 구경하고 싶어요.”
“안된다니까 아직 추운 겨울이에요.”
그러나 아기 두더지는 엄마가 잠든 사이 몰래 문을 열고 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었어요.
“아이, 눈부셔!”
아기두더지는 눈을 꼭 감고 말았어요.
한참 뒤 다시 샛눈을 뜨고 고개를 쏙 내밀었지요.
멀리 눈이 쌓인 하얀 산이 보였어요.
“와! 하얀 산이 멋있다. 저 산에 가봐야지.“
아기두더지는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는 쏜살같이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쌩∼ 쌩∼,
찬바람이 불어 왔어요.
‘추워도 참고 저 하얀 산에 가봐야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에요.
아기두더지가 아무리 힘껏 달려가도 산은 아직도 멀리 있는 거예요.
“아휴, 너무 멀다.”
찬바람은 더 세차게 ‘쌩∼ 쌩∼, 불어왔어요.
“에∼에취!”
재채기가나며 벌벌 떨리기 시작했지요.
‘아유, 추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아기두더지는 발길을 돌려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쩌지요?
벌판에 눈보라가 쳐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거 에요.
“잉∼ 추워, 우리 집이 어디 있지? 잉∼”
“에∼에취!”
나뭇가지위에 까치 아저씨가 벌벌 떨며 서 있는 아기두더지를 보았어요.
‘저런, 저런, 길을 잃었나? 아기두더지야, 집을 찾니?”
“네, 아저씨. 도와주세요! 잉∼”
“자, 날 따라오렴. 내가 찾아줄게”
까치아저씨를 이리저리 따라 다니던 아기두더지는 손발이 모두 꽁꽁 얼어 버렸어요.
“에∼에취! 난 도저히 더 갈 수 없어요!”
“조금만 참으렴. 저쪽에 너희 집 대문이 보이는구나.”
그때 멀리서 엄마 두더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두더지야! 아기두더지야!”
“엄마, 나 여기 있어요. 엉 엉 엉…”
엄마두더지가 달려와 아기두더지를 꼭 안아 주었어요.
“까치 아저씨 고맙습니다.”
“추운겨울 잘 지내고 봄에 만나요!”
까치아저씨는 멀리 날아갔어요.
집으로 들어간 아기두더지가 말했어요.
“엄마, 우리 집이 제일 좋아요. 에∼에취!”
“이런, 감기에 걸렸구나. 아기두더지야, 무엇이든 다 때가 있는 거란다.
우린 아직 겨울잠을 자야 돼. 이제 조금 더 자고나면 봄이 올 거야.“
아기두더지는 엄마 품에 안겨 코 잠이 들었어요.
아기두더지 코에서는 콧물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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