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님 동화 - 월간유아 7월호 '나무들의 왕'

본문
나무들의 왕
이규원
깊은 산속이에요.
“우리 나무들도 왕이 있으면 좋겠다.”
“나무들의 왕! 정말 멋지겠다.”
“누가 우리들의 왕이 되어주시겠어요?”
작은 나무들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그런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 거예요.
참나무가 말했어요.
“밤나무님 당신이 이 산속에서 가장 오래 사셨다면서요? 나이가 많은 분이 나무들의 왕이 되면 좋겠어요.”
“나무들의 왕이라니요? 아닙니다. 저는 열매를 잘 맺어 알밤을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나눠 주는 일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밤나무는 두 팔을 벌려 흔들며 사양했어요.
참나무는 다시 사과나무에게 말했어요.
“사과나무님, 당신은 참 향기롭고 멋져요. 나무들의 왕이 되어 주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왕 노릇 할 시간이 없답니다. 사과 꽃 피우기, 사과 열매 맺기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 줄 아세요?”
사과나무도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안 된다고 했어요.
이번에는 멀리 아래쪽에 있는 포도나무에게 말했어요.
“포도나무님, 당신의 열매는 주렁주렁 아주 멋져요. 우리들의 왕이 되어 주세요.”
“나무들의 왕이라니요? 나는 다른 나무들의 도움을 받으며 넝쿨을 뻗고 있어요. 왕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지요. 난 안돼요. 저는 포도를 잘 익혀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나눠 주는 일이 더 중요해요.”
그러자 가시나무가 말했어요.
“모두가 안 된다고 하니 제가 나무들의 왕이 되겠어요. 나의 가시를 세워 이 숲의 나무들을 보호해 드리겠어요. 여러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시나무 말에 참나무가 반갑게 말했어요.
“여러분, 그럼 가시나무를 우리들의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무들은 나뭇잎을 흔들며 환영 했어요.
며칠이 지나자 왕이 된 가시나무가 말했어요.
“왕은 몸집이 있어야 위엄이 있지. 자, 내 옆의 나무들은 모두 비켜 주세요. 그래야 햇빛이 잘 들어 내 몸이 커지지.”
가시나무는 옆의 나무들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아야아! 아야야!”
“저리 좀 더 비켜! 왕인 내가 햇빛을 많이 받아야지!”
가시나무는 가시를 세워 뻗어가며 옆의 나무들을 괴롭혔어요.
“저 쪽 저 나무에는 새들이 너무 많이 날아와. 내가 쫒아 내야지.”
가시나무는 가지를 쭉쭉 뻗으며 몸이 아주 커졌어요.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모두 병들어 죽어 갔지요.
어느 날 산속으로 두 사람이 들어 왔어요.
“이 곳에 희귀식물들이 많다고 하던데 사진을 찍어 보고 해야겠어.”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귀한 약초래요.”
가시나무는 온 몸의 가시를 바짝 세웠어요.
“얘들아, 잘 보렴. 내가 얼마나 힘이 센가 보여줄게.”
‘나무 왕의 실력을 보여줘야지.’
두 사람이 가시나무 옆을 지나갈 때였어요.
가시나무가 두 사람위로 내리쳤어요.
“아이쿠, 따가워! 따가워!”
“아니? 웬 나무가시가 이렇게 크지? 아이 따가워!”
가시나무는 뾰족한 가시마다 힘을 주어 내리쳤어요.
“나무들의 왕의 맛을 보아라! 나는 왕이다!”
“아이, 따가워. 이런? 피가 나네.”
“난 옷이 다 찢어졌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가시나무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어요.
“하하하. 여러분! 여러분들은 왕을 아주 잘 뽑았습니다. 내가 여러분들을 잘 보호하겠습니다. 하하하….”
다음날이에요.
사람들이 톱을 갖고 산 속으로 들어왔어요.
“저기 저 가시나무를 베어 냅시다. 아무 쓸모없는 나무가 너무 크게 자랐어요.”
사람들은 가시나무를 잘라 버리고 말았어요.
“아아… 나무 왕을 죽이다니… 나무 왕 살려!”
가시나무 외침에 나무들은 눈물을 흘렸어요.
밤나무가 말했어요.
“우리 나무들은 왕이 필요 없어요. 우리 모습 이대로가 모두 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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